사랑과 도박, 그리고 신념이 엮인 이야기
아가씨와 건달들을 알고있는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면 모를 수가 없는 뮤지컬이다. 오랜 기간동안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장수 뮤지컬인데 그 매력이 무엇인지 오늘 알아보도록 하겠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GUYS AND DOLLS)은 1950년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프랭크 레서(Frank Loesser)가 작곡한 음악과 조 스워링(Jo Swerling), 에이브 버로스(Abe Burrows)가 쓴 대본으로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데이먼 러니언(Damon Runyon)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그의 독특한 문체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독특한 문체는 번역으로 접하게 되는 우리한테는 느껴지기 힘들어서 아쉽다) 줄거리는 뉴욕을 배경으로 두 명의 남성과 두 명의 여성이 중심이 되어 전개된다. 한쪽에는 불법 도박을 운영하는 나다니엘(네이슨) 디트로이트가 있고, 그는 경찰의 눈을 피해 도박판을 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다른 한쪽에는 냉철하고 신념이 확고한 구세군 간부 사라 브라운이 있다. 네이슨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한 가지 내기를 제안하는데, 바로 플레이보이이자 능글맞은 도박사 스카이 마스터슨이 사라 브라운과 데이트를 할 수 있을지 여부다. 스카이는 처음엔 단순한 내기로 접근하지만, 사라와의 만남을 통해 점차 진정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라는 처음엔 스카이를 믿지 않지만, 그의 진심 어린 태도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한편, 네이슨은 약혼녀 아들레이드와 14년째 결혼을 미루며 끊임없는 다툼을 벌인다. 아들레이드는 쇼걸로 일하며 네이슨을 사랑하지만, 도박에만 몰두하는 그에게 지쳐간다. 이야기는 두 커플이 서로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서 마무리된다. 스카이는 사라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 하며, 네이슨 역시 아들레이드와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결혼을 결심한다. 도박과 사랑, 신념이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이 뮤지컬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독특한 캐릭터들과 재치 있는 대사 때문이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현실적이면서도 과장된 면이 공존하는데, 이는 원작자인 데이먼 러니언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스카이 마스터슨은 표면적으로는 능글맞은 플레이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신사적인 면이 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같은 남자) 도박에 능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점차 순수한 모습을 보이며 변화를 겪는다. 반면 사라 브라운은 처음에는 딱딱하고 원칙주의적인 모습이 강하지만, 스카이와의 관계 속에서 내면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게 된다. 네이슨 디트로이트는 전형적인 ‘도박꾼’이지만, 그의 행동에는 인간적인 면모가 담겨 있다. 연인 아들레이드를 향한 사랑은 진심이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아들레이드는 사랑스럽고 코믹한 캐릭터로, 그녀의 뮤지컬 넘버인 “Adelaide’s Lament”에서는 ‘14년간 결혼을 미룬 탓에 병이 났다’는 식의 유머러스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처럼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대사와 상황들은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도박과 신념, 사랑과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낸 점이 이 뮤지컬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래서 아가씨와 건달들의 매력이 뭔데?
아가씨와 건달들의 또 다른 큰 매력은 음악이다.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황금기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며, 프랭크 레서가 작곡한 넘버들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Luck Be a Lady”가 있다. 이 곡은 스카이 마스터슨이 중요한 내기를 앞두고 부르는 노래로, 도박의 긴장감을 담아내면서도 강렬한 멜로디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또 다른 유명한 곡으로는 “Sit Down, You’re Rockin’ the Boat”가 있다. 이는 이야기 후반부에서 구세군 집회 장면에서 불리며, 재치 있는 가사와 경쾌한 리듬이 인상적이다. 아들레이드의 솔로곡인 “Adelaide’s Lament” 역시 작품의 유머와 감성을 동시에 담고 있다. 이 노래는 그녀가 사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병이 났다고 한탄하는 내용인데, 코믹하면서도 애잔한 감정을 전달한다. 사라와 스카이가 함께 부르는 “I’ll Know”와 “If I Were a Bell”*은 두 사람의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풀어낸다. 이처럼 아가씨와 건달들의 음악들은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재즈와 스윙 스타일이 가미된 곡들은 경쾌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며, 덕분에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은 1950년대 초연 이후 수많은 리바이벌과 영화화가 이루어질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1955년에는 말론 브란도, 진 시몬스, 프랭크 시나트라 등이 출연한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브로드웨이뿐만 아니라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되었다. 이 작품이 오랜 시간 동안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도박과 신념, 인간적인 성장과 변화라는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덕분에 관객들은 웃으면서도 캐릭터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또한 아가씨와 건달들은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뉴욕의 화려한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가오며,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감각적인 음악은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가씨와 건달들은 반드시 한 번쯤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경쾌한 음악과 유쾌한 대사, 그리고 깊이 있는 스토리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나도 언젠간 브로드웨이에 가서 작품을 접해보고 싶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공연한 적 있다.